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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기자
Z앵커

오도이촌

조금 더 ‘멀리’에서 만난 행복
5도 2촌 유튜버 김용성·기율
우리나라의 인구 증가율이 0%대, 출산율이 세계 최저로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도시뿐 아니라 농촌의 인구감소도 심각한 수준이 됐습니다. 지방 도시와 농촌 마을의 소멸도 큰 문제로 떠올랐죠. 그 옛날 그림 같던 시골 할머니 댁은 이제 사람들이 떠나는 외로운 마을로 변해가고 있는 것인데요. 그런데 한편으로 도시의 인구가 귀농, 귀촌을 희망해 농촌지역으로 이주하는 인구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소식은 그나마 희망적입니다.

꾸준히 늘기 시작한 귀농·귀촌 인구가 2021년도에 50만 명을 넘어섰고 5일간 도시에서 생활하고 2일은 농촌생활을 한다는 뜻의 5도(都) 2촌(村) 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함께 늘고 있습니다. 5도 2촌이 단순한 도시인들의 욕망이 아니라, 생계를 위해 초 경쟁의 답답한 도시에 살아야 하지만, 삶의 행복을 포기할 수 없는 우리 이웃들의 현명한 선택이 됐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농촌을 생활터전으로 선택한 청년들이 늘어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겠죠.

이번 호, 5도 2촌 첫 번째 시간에는 도시와 농촌 일상을 유튜브 ‘용용일기·멀리 사는 이야기’를 통해 공개하고 있는 김용성·기율 씨를 만나 이들의 삶과 집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평일에는 대전에서 생활하며 충남 보령에 위치한 세컨하우스 ‘멀리’에서 주말을 보내는 이들은 과연 시골집 생활로 무엇을 얻었을까요. 영화 ‘리틀 포레스트’같은 삶을 꿈꾸며 시작한 청춘들의 5도 2촌 일기를 함께 만나봅니다.

글 신시내 사진 성민하
  • 유튜버 김용성·기율
  • 유튜버 김용성·기율
  • 유튜버 김용성·기율

충남 보령 어느 마을의 가장 안쪽, 도통 이 마을과는 어울리지 않는 야트막한 빨간 지붕의 집을 보면 저런 곳에는 누가 살까 궁금해진다. 집에서 풍기는 아늑한 분위기가 보기만 해도 마음이 포근해진다. 이곳은 유튜브 채널 ‘용용일기·멀리 사는 이야기’를 운영하는 김용성·기율 씨가 3년 가까이 발품을 팔아 마련한 5도 2촌 세컨하우스다. 집 이름은 ‘멀리’.
5도와 2촌이 연결돼 있지만, 완전히 분리된 일상이면 좋겠다는 뜻을 담았다.

집은 주방과 침실 등이 위치한 본채와 손님을 위한 별채, 넓은 앞마당으로 꾸려져 있다.
많은 이들이 ‘시골 생활’하면 텃밭을 상상하지만, 이들은 마당에 야생화 씨를 뿌려 정원으로 삼았다. 날이 따스한 3월이 되자 어느새 갖가지 새싹이 머리를 쑥 내밀고 있다. 이런 시골에서 주말을 보내는 삶이 어떤 재미를 줄까 싶지만, 이들은 ‘인생에 한 번쯤은 살고 싶은 곳에서 살아보자’는 마음에서 이 세컨하우스를 준비했고, 지금은 누구와도 견줄 수 없는 행복을 느끼고 있다.

자기소개와 집 소개를 부탁합니다.

김용성(이하 김) 안녕하세요. 저는 SNS에서 손글씨·손 그림 작가 용용일기로 활동했고, 현재는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김용성이라고 합니다. 예전에 국민연금공단 블로그에서도 연재한 적이 있어서 반갑네요.

기율(이하 율) 저는 여자친구인 기율입니다. 7년 정도 사귄 사이이고, 같이 주말에 내려오고 있어요.

저희는 평일에 대전에서 각자 다른 일을 하며 지내다가 금요일 저녁에 이 집 ‘멀리’에 내려와서 토요일, 일요일을 보내고 월요일 아침에 바로 출근해요. 어떻게 보면 4도 3촌이죠. 대전까지는 1시간 반 정도 거리이고, 도로가 크게 밀리지 않는 구간이라 어려움 없이 다니고 있습니다.

지인들의 방문에 대비해 마련한 별채. 1년 중 비는 날이 없을 정도로 이 곳을 찾는 친구들이 많다.
↑지인들의 방문에 대비해 마련한 별채. 1년 중 비는 날이 없을 정도로 이 곳을 찾는 친구들이 많다.

이곳에서의 일과를 소개해 주세요.

정해진 건 없어요. 여기가 잠이 잘 오거든요. 그래서 아침에 느긋하게 일어난 다음에 천천히 마당 구경을 하고, 밥 먹어요. 그리고 봄이 되면 풀 뽑기는 무조건 해야 해요. 겨울에는 유튜브 촬영을 하든지, 그림을 그리거나 쉬면서 보내요. 그리고 5~6시가 넘어가면 해가 떨어져서 시골은 모든 게 거의 멈추거든요, 그러면 이제 저녁 준비해서 밥 먹으면 하루가 지나요.
저희는 일을 만들어서 하지는 않고요.

자연스럽게 집에서 하는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요. 다만, 여기는 시골이다 보니까 정하지 않아도 해야 하는 일들이 있어요. 봄이 되면 우리랑 상관없이 하루에 1~2시간은 잡초를 뽑아줘야 하고, 낙엽이 떨어져 있으면 쓸어야 하고... 자연이 만들어주는 일이 생겨서 내 계획대로 못하고 그 일을 먼저 해야 하는 때도 있어요.

도시의 집은 내가 신경 쓰지 않아도 망가지거나 상하지 않는데 시골집은 관리를 안 하면 망가질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같은 집이라도 이곳이 보다 ‘내 집’이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5도 2촌 생활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요?

저는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보냈어요. 10살 정도까지 살았었는데요. 그때 기억이 좋았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더 근본적인 것은 ‘내가 살고 싶은 곳에 살아야겠다’라는 생각이었어요. 매일 아침·저녁으로 도시의 회사로 출퇴근하면서 습관처럼 그 생활에 익숙해졌는데, 어느 날 ‘내가 왜 이렇게 복잡한 도시에 살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렸을 때는 부모님의 의지로 함께 살 수밖에 없다지만, 성인이 되어도 여전히 그 지역에 살아야 할 이유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도 이제 성인이 됐고 돈도 자립적으로 벌 수 있으니 ‘내가 살고 싶은 곳을 내가 선택해서 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살고 싶은 곳의 리스트를 정리하기 시작했고요. 결국, 시골에 사는 것이 제가 원하는 삶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거죠.

좌) 국민연금에 연재했던 김용성 씨의 작품 (출처: 국민연금공단 네이버 포스트)<br>	우) 손글씨·그림작가인 김용성 씨는 이곳에서 작품 활동을 하기도 한다.
↑좌) 국민연금에 연재했던 김용성 씨의 작품 (출처: 국민연금공단 네이버 포스트)
우) 손글씨·그림작가인 김용성 씨는 이곳에서 작품 활동을 하기도 한다.

실제 생활해보니 어떠신가요?

이 집에 온 지가 벌써 2년인데 그때 부풀었던 마음보다 몇 배는 더 좋아요. 훨씬 좋아요. 사소한 부분까지도 더 좋아하게 된 거 같아요. 그렇게 애정이 느껴진다는 게 저도 놀랐고 내가 가야 할 곳 나를 기다리는 곳이 있고 내가 좋아하는 장소라는 게 그러니까 내 인생의 장소 하나 생긴 건데 이렇게 ‘장소 공간이 주는 힘이 이렇게 클 수가 있구나...’ 그게 제 삶의 가장 큰 변화였어요.

도시에서 생활하면 시간에 끌려간다는 느낌이 강하잖아요. 시간이 내 것 같지 않은 때가 많아요.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일을 해야 하고, 못한 것들은 또 계획을 세워서 해야 하고 이랬거든요. 근데 이곳에서는 시간이 남아돌아요. 그런데 시간은 가만두면 알아서 흐르지 않아요. 내가 몸을 움직여야 시간이 가기 때문에 내가 시간을 끌고 가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기율 씨는 5도 2촌 생활이 어떠신가요?

저는 시골 생활을 막연하게 꿈, 로망처럼만 생각했었거든요. 혼자는 자신도 없었고 쉽지 않았을 텐데 오빠가 귀촌을 하면 저도 왠지 믿고 따라갈 수 있을 것 같은 그 정도 믿음이었어요. 제가 강박이 좀 심한 성격이거든요. 좀 어렸을 때부터 약간 예민하고 다른 사람한테는 감정 표현을 잘 못 했어요. 불편한 마음이 커지면 몸이 아픈 그런 위태로운 사람이었거든요. 근데 여기 와서 그게 치유되는 기분이었어요. 잠도 여기서는 푹 잘 수 있었고, 뭔가 힘들었던 것도 여기 오면 힐링이 되고 여유가 생기는 느낌이죠.

이 집을 처음 만났을 때 모습. 두 사람의 유튜브 채널 용용일기 에서
						집 구하기부터 수리하기까지 모든 과정을 볼 수 있다  사진출처: 국민연금공단 네이버 포스트
↑ 김용성 씨가 '용용일기'라는 필명으로 국민연금공단블로그에서 연재한 손그림·글씨들 사진출처: 국민연금공단 네이버 포스트

이 집은 어떻게 구하셨고, 얼마나 고치신 건가요?

요즘은 아무래도 이런 시골 생활을 원하시는 분들이 많으셔서 그런지 시골 빈집을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이 늘어났어요. 그래서 한 2년 정도 매일 매물 영상을 살펴봤는데 매물을 볼수록 점점 조건도 상세해지더라고요. 그 사이에서 맘에 드는 곳을 직접 찾아가 보고 하다가 이 집을 만나게 됐는데, 첫눈에 반해서 바로 구매를 결정하게 됐어요. 320평 대지와 집 포함해 6,250만 원 정도가 들었어요.

집 상태는 폐가 체험이 가능할 정도였어요. 다행히 아는 인테리어 디자이너와 상의해 3개월 정도 공사 끝에 지금의 집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죠. 구조는 거의 그대로이고 주방과 거실 벽만 조금 터서 오고 갈 수 있게 만들었어요. 그 외 벽이나 지붕은 흙으로 지은 것이 대부분이라 합판이나 단열재를 댔죠. 구멍 나서 메꾼 곳도 많아요. 하지만 이렇게 고친 덕분에 시골집이라도 추위는 전혀 걱정하지 않고 있어요.

셀프로 공사를 시행하시는 분들도 계신대요. 시공 단계에서 단열과 같은 전문적인 부분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만약 건축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으시다면 시작 전에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각자 상황에 맞추어 집을 지을 것을 추천해요.

마을 분들과의 관계는 어떠신가요?

우리 집은 윗집 할머니 댁이랑 옆집 이장님 댁과 붙어 있는데, 두 분 모두 공사를 시작될 때부터 관심을 주셨어요. 젊은 사람들이 열심히 사는 모습에 더 반갑게 맞아주신 것 같아요. ‘말동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좋겠다’라며 기대가 있으셨던 것 같기도 합니다. 제가 시골 생활에 경험이 있고 저와 율이 둘다 어르신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두 분과 금방 친해질 수 있었죠. 지금은 저희가 제일 좋아하는 분들이 됐습니다.
시골은 마을이 작다 보니 이웃과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가끔 마을 주민의 텃세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귀농인들이 있다고 하는데요. 저희는 좋은 이웃을 만나 잘 지내고 있답니다.

기율 씨의 반려견 솜솜이는 예민한 편이라 잘 짖곤 하지만 이 곳 주민들은 “개는 원래 짖는 것”이라며 불편하게 여기지 않는다.
↑기율 씨의 반려견 솜솜이는 예민한 편이라 잘 짖곤 하지만
이 곳 주민들은 “개는 원래 짖는 것”이라며 불편하게 여기지 않는다.

주변 지인들의 반응이 어떤가요?

이 집 마련한 첫해에는 1년에 주말이 48번이라고 따지면 거의 40번 정도 친구들이 놀러 왔던 것 같아요. 우리 집이 공기 좋고 물 좋은 시골에 위치해 있고 보기에도 예쁘니까 다들 더 관심을 가졌죠. 이곳에 와보고 자신도 이런 집을 가지고 싶다며 시골에서의 삶을 준비하는 분도 있었어요. 시골에서의 삶을 시작하는 일이 쉬운 선택은 아니지만, 실제로 방문해 보고 나서 ‘나도 도전해 볼 수도 있겠다’라는 희망을 전해준 것 같아요.

예전 뼈대를 자연스럽게 노출시켜 편안하면서도 시골집 느낌을 살렸다.
↑예전 뼈대를 자연스럽게 노출시켜 편안하면서도 시골집 느낌을 살렸다.

5도 2촌 혹은 귀촌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유튜브 댓글이나 SNS DM으로도 이런 질문이 많이 오는데요. 제가 늘 하는 답변이 있어요. 본인이 예쁜 시골집을 원하는 것인지, 자연과 어울리는 시골 생활을 하고 싶은 건지 잘 구분해서 생각해보시라고 먼저 말씀을 드려요. 시골 생활 자체를 경험해 보고 싶은 소박한 소망이라면 몰라도 만약 마음에 쏙 드는 예쁜 시골집을 원하는 것이라면 스스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예산이 준비될 때 도전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시골 생활을 오래, 잘하고 싶다면 그만큼 재정적인 투자가 필요하며 그렇게 정성을 들여야 한 번 더 가게 되는 그런 집이 되더라고요.
또 충동구매는 금물이에요. 만약 맘에 드는 물건이 나왔다면 그 동네나 도시 근처에서 한 달이나 두 달 정도 살아보고 결정했으면 좋겠어요.

시골집은 도시처럼 내놓는다고 금방 팔리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충동구매를 하면 매매를 하고 싶어도 불가능할 수 있거든요. 마지막으로 시골과 맞지 않는데, 예쁜 시골집만을 가지고 싶어서 5도 2촌을 꿈꾸시는 분들은 실패할 확률이 높으니 더욱 신중하게 고민하시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두 사람은 이 곳에 앉아 쏟아지는 햇살을 만끽하며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곤 한다.
↑두 사람은 이 곳에 앉아 쏟아지는 햇살을 만끽하며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곤 한다.

마지막으로 국민연금공단 웹진 독자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인생을 살면서 많은 선택의 순간이 오는 거 같아요. 그때마다 내가 몇 번의 선택을 했었나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내가 사는 곳을 선택하는 순간 한 번 고민을 해보세요. 저는 ‘내가 살고 싶은 곳에 한 번 살아보는 것’이 삶의 큰 전환점이 된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에 여러분도 꼭 한 번 도전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집 마당은 돌을 야트막하게 쌓아 구분만 짓고, 따로 담을 만들지 않아 더욱 자연스럽다.
↑집 마당은 돌을 야트막하게 쌓아 구분만 짓고, 따로 담을 만들지 않아 더욱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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