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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콘 경제

“위기에 내몰려도 도와줄 사람이 있다는 것은
좋은 거잖아요” 영화 ‘드림’
글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장
↑공식 예고편 (출처: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공식 유튜브)

퇴근 시간쯤 서울 시내 주요 지하철역 입구에서는 잡지 한 권을 만날 수 있다. 빨간 모자에 빨간 조끼를 입은 이들이 파는 이 잡지는 <빅이슈>다. 빅이슈를 판매하는 사람, 줄여서 ‘빅판’이라고 불리는 이들은 홈리스, 쪽방 주민, 고시원·피시방·비닐하우스 등 주거 취약계층들이다. 빅판이 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요건이 있다. 지금은 힘들게 살지만 스스로 노력하고자 하는 ‘자립 의지’가 있어야 한다.

빅이슈 주최로 매년 전 세계 홈리스들이 참가하는 축구대회가 홈리스 월드컵이다. 이 대회의 비전은 ‘홈리스 상태에 놓이는 이들이 없는 세상’이다. 2003년 시작된 이 대회는 매년 50개국 500여 명의 홈리스들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 팀은 2010년 첫 출전 했는데 성적은 11전 1승 10패. 하지만 한국팀은 최우수 신인팀 상을 수상했다. 홈리스 월드컵에 처음 출전한 한국대표팀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가 이병헌 감독의 <드림>이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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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네이버 영화 : 드림

자신에게 깐죽대는 기자의 눈을 찔러 징계당한 프로축구 선수 홍대(박서준 분). 그라운드 안팎으로 사고를 많이 쳐 이대로라면 축구판으로 돌아가기 힘들다. 홍대의 외모에서 상품성을 본 연예기획사는 이참에 홍대를 연예인으로 데뷔시키려 한다. 하지만 그 전에 해야 할 게 있다. 이미지 세탁이다. 악동 이미지를 씻겨내야 연예인으로 안착이 가능하다. 기획사는 꾀를 낸다. 곧 열리는 홈리스 월드컵에 홍대가 감독으로 참여해 재능기부를 해달라는 것이다.

이들의 스토리에 상품성을 부여하기 위해 다큐멘터리 전문 PD 소민(아이유 분)이 투입된다. 저임금에 시달리는 그녀도 변화를 위해서는 높은 시청률이 나오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이미 열정이 지난 나이인데 열정페이 받고 일해” 기획사 대표의 말에 지지 않고 대꾸한다. “열정은 오르는데 월급이 안 올라서요. 제 열정을 최저임금에 맞췄더니 그 후로 마음이 한결 편해졌습니다”

드림
드림
↑출처 네이버 영화 : 드림

이것은 택견일까 축구일까. 뜯어진 운동화와 헤어진 슬리퍼. 늘어진 반팔 티셔츠를 입은 오합지졸의 홈리스들을 모아 축구를 하는 것은 쉽지 않다. 골대를 향해 제대로 슛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후원을 약속했던 기업은 회사 이미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돌연 후원을 철회한다. 구속된 사고뭉치 엄마를 보석으로 빼내 오기 위해서는 홍대도 당장 돈이 필요하다. 기획사는 홈리스 월드컵 감독을 그만두고 당장 연예인으로 데뷔하라고 한다. 돈도 없고, 감독도 없는 홈리스 국가대표팀. 두 달 채 남지 않은 홈리스 월드컵에 참가할 수 있을까.

홈리스 월드컵은 애초부터 승부가 중요한 대회가 아니었다. 우승한다고 해서 월드컵처럼 부귀영화가 쏟아지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참가가 간절한 사람들도 있다. 누구든 처음부터 홈리스가 된 사람은 없다. 이런저런 이유로 인생이 삐끗해 나락으로 떨어졌다. 이들에게도 가족에게, 스스로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존감을 보여주고 싶다. 홈리스 월드컵 자존감을 증명하는 무대다.

우린 강요하지 않아요.
자발적으로 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 없거든요.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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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네이버 영화 : 드림

홈리스들의 사연은 다양하다. 한때 잘나가는 중소기업 사장이었다가 외환위기 때 사기를 저질러 홈리스가 되어버린 환동은 아빠가 재기하는 모습을 딸과 손녀에게 보여주고 싶다. 친구 보증을 잘못 썼다 모든 걸 날려버리고 이혼까지 한 효봉도 호주로 떠나기 직전의 딸에게 아빠의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실종된 연인을 찾고 있는 인선은 자신이 뛰는 모습이 방송되는 것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다. 축구선수를 좋아하는 지적장애 연인을 위해 병삼은 그라운드를 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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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네이버 영화 : 드림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사람이 빅이슈코리아 사무국장인 인국이다. 인국은 비공개 후원을 거절하며 “우리가 왜 그런 일을 해야 하냐”고 반문하는 대기업 담당자에게 말한다.
“누구나 살면서 이 울타리 밖으로 내몰리지 않는다는 보장 있습니까? 자신 있어요? 그렇게 내몰려도 도와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게 좋은 거잖아요. 어쩌면 우릴 위한 거잖아요. 그럼 해야죠.”

울타리 밖으로 내몰리는 사람들이 낭떠러지로 떨어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 이것이 사회보장제도의 존재 이유다. 국민연금은 노후에 생산력을 상실한 고령자를 위한 대표적인 안전장치다. 하지만 국민연금도 보험료를 낼 수 없는 사각지대가 많아서는 제 역할을 할 수 없다. 그래서 위기에 몰린 사람들을 위해 많은 제도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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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크레딧은 갑작스러운 실직으로 연금보험료를 낼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마련됐다. 실업급여(구직급여)를 받는 사람에게 국민연금 보험료의 75%를 국가가 지원한다. 본인부담금 25%만 내면 국민연금 가입 기간도 늘리고, 연금 납입액도 높일 수 있다. 지원받는 기간은 구직급여 수급 기간 중 생애 최대 12개월이다. 실업크레딧 연금보험료는 인정소득(실직하기 직전 받았던 3개월간 평균소득의 50%)을 기준으로 납부하는데 인정소득은 최대 70만 원을 초과할 수 없다. 예컨대 실직 전 3개월간 평균 급여가 140만 원이었다면, 이 금액의 절반인 70만 원이 보험료 부과 기준이 된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9%로 월보험료 6만 3,000원을 내야 하지만 실업크레딧에 가입했다면 이 금액의 25%인 1만 5,750원만 내면 된다.

국가가 내주는 국민연금... '실업크레딧' 매년 50만명이 신청

연도별 실업크레딧 지원자 수 및 지원금액

(단위: 명, 백만 원)
연도별 실업크레딧 지원자 수 및 지원금액 정보
구분 2016 2017 2018 2019 2020 2021 2022 2023.3
지원자 수 31.129 341.230 440,448 463,927 606,833 665,997 584,351 217,538
지원금액 2.097 54.085 67,867 72,639 107,434 119,660 103,118 21,636

* 2016. 8. 1.부터 제도 시행

지역가입자 중 저소득자도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사업중단이나 실직으로 인해 국민연금을 내지 않던 사람이 다시 납부를 재개하면 월보험료의 50%(월 최대 4만 5,000원)를 지원해 준다. 생애 최대 12개월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국민연금 지역가입자 668만 명 중 사업중단이나 실직, 휴지 등의 사유로 보험료 납부가 어려운 납부예외자는 303만 명(45%)에 달한다. 국민연금 보험료는 한번 내지 못하면 미납이 장기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2022년 3월 기준 지역가입자 납부예외자 중 40.9%(124만 명)가 3년 이상 보험료를 납부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실업급여와 저소득 지역가입자 지원은 재산과 소득 제한이 있다. 재산세 과세표준 6억 원 이상이거나 종합소득 1,680만 원 이상이면 지원을 받을 수 없다.

고용부 올 상반기 두루누리 사회보험료 월평균 90만명 지원

고용부 "올 상반기 두루누리 사회보험료 월평균 90만명 지원"

근로자지만 소규모 사업장에 적은 소득으로 일하고 있다면 ‘두루누리 사회보험료’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국민연금 보험료의 80%를 최대 36개월까지 지원해 준다. 예를 들어 월 급여 200만 원 근로자는 18만 원의 보험료가 부과되는데 사업주와 반반씩 내기 때문에 실제 납부해야할 보험료는 9만 원이다. 여기서 80%를 감면받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내야 하는 보험료는 1만 8,000원으로 줄어든다. 7만 2,000원을 국가가 지원하는 셈이다. 다만 두루누리 사외보험료 지원은 근로자 수가 10명 미만인 사업장에 고용된 근로자로 월급이 260만 원 미만인 신규 가입 근로자가 지원 대상이다. 기존 취업자였다면 적어도 퇴사한 지 6개월은 지나야 한다. 다만 두루누리 사회보험료도 전년도 재산 과세표준액 합계가 6억 원 이상이거나 전년도 종합소득이 4,300만 원 이상이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 몰려있다. 다큐멘터리라면서도 대사와 상황을 연출하려는 소민에게 홍대는 기가 막혀 묻는다. “너 정체가 뭐야?” 소민은 답한다.
“학자금 대출 때문에 인생이 정체가 된 인간이다. 됐어?” 후원자가 없어 출전이 불확실했던 홈리스 축구팀은 인터넷에서 펀딩받아 자금을 마련하는 데 성공한다.
2023년 지난 7월 홈리스 월드컵은 미국 새크라멘토에서 열렸다. 코로나19로 중단됐다 4년 만에 재개된 이 대회에는 울산, 광주, 서울 등의 청소년 및 청년 취약계층이 출전했다.

기록을 남기러 왔는지, 기억을 남기러 왔는지,
자 그건 선수들이 판단합니다.

드림
드림
↑출처 네이버 영화 : 드림

영화 속 홍대는 첫 월드컵에서 고전하는 한국 선수들에게 말한다. “기록을 남기려고 왔습니까? 아니면 기억을 남기려고 왔습니까?” 이 말에 선수들의 발놀림이 가벼워진다. 비단 홈리스 월드컵만 그럴까. 어쩌면 우리네 인생사가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오늘 퇴근길, 빅이슈 한 권을 사서 귀가하는 것은 어떨까. 지하철에서 킬링타임 하기도 좋거니와 누군가의 자립을 도왔다고 생각한다면 괜히 뿌듯해질지도 모른다. 세상의 끝으로 내몰리는 사람을 돕는 것. 결국 나를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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