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군산 시간여행코스

바닷길을 자동차로 시원하게 달릴 수 있는 곳이 있다면 그리고 그 길 끝에서 마주한 감동으로 가슴을 가득 채우고 돌아올 수 있는 곳이 있다면 떠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서해의 비경 사이를 누비고 근대의 풍경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거리에서 시간 여행자가 되어볼 수 있는 곳. ‘고군산 시간여행코스’를 운영 중인 군산 시티투어 버스에 올랐다.

자연이 만든 거대한 해상관광공원 고군산군도
고군산 시간여행코스의 본격적인 시작은 군산의 대표적인 관광지, 고군산군도부터다. 과거 고려 시대에 수군의 주둔지가 있어 ‘군산진’이라 불렸으나, 수군 진영이 육지로 옮겨지면서 옛 군산이라는 뜻의 고(古)자를 붙여 ‘고군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고군산군도는 자연이 만든 거대한 해상관광공원으로 군산시에서 남서쪽으로 약 50km 떨어진 해상에 있는 곳이다. 세계 최장 방조제 건설을 통해 육지와 연결되어 있어, 바다 위를 시원하게 달리는 드라이브 코스는 이 지역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그리고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풍경과 아름다운 낙조는 고군산군도에 머무는 시간을 더욱 운치 있게 만든다.
이곳은 무녀도, 선유도, 신시도 등 47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해상 군도이다. 그중 16개는 실제 주민이 거주하고 있는 유인도로, 섬마다 특색 있는 풍경과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여름이면 부드러운 옥돌이 깔린 선유도의 옥돌 해변과 유리알처럼 투명하고 아름다운 백사장이 넓게 펼쳐져 있는 선유도해수욕장(명사십리 해수욕장)이 인기를 끈다. 또한, 무녀도에서는 바닷길이 열리는 ‘모세의 기적’을 체험할 수 있어 자연 속에서 여유롭게 걷고 싶은 분들께 안성맞춤인 곳이다.


정원이 아름다운 목조 건물 신흥동 일본식가옥
군산의 골목을 걷다 보면 일본식 가옥이 나타난다. 군산 신흥동에 위치한 이 일본식 가옥은 ‘히로쓰 가옥’이라 불리던 2층 목조 건물이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인 상인이자 지주였던 히로쓰 게이사부로가 지은 이 건물은 전통 일본식 주택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2층 본채와 단층 별채가 비스듬하게 붙어 있고, 두 건물 사이 아담하고 정갈한 일본식 정원이 조성되어 있어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이곳은 독특한 분위기로 인해 다양한 영화의 촬영지로도 활용되었다. 영화 <장군의 아들>에서 일본인 야쿠자의 아지트로 등장했고, 고종 암살 사건을 다룬 영화 <가비>에도 등장해 영화 속 장면들을 떠올리며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 있다.

8월의 크리스마스 그리고 초원사진관
군산은 영화 촬영지로 알려진 명소가 많다. 그중에서도 1998년에 개봉한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의 촬영지인 초원사진관은 여전히 많은 이들이 찾아와 그 감동을 되새기는 추억의 공간이다. 이 영화는 시한부 인생을 사는 사진사와 어느 날 나타난 주차단속요원의 못다 한 사랑을 그려낸 작품으로 배우 한석규와 심은하의 풋풋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촬영 이후 철거되었던 사진관을 군산시에서 다시 복원해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영화 속에 등장했던 사진기와 선풍기, 앨범 등이 전시되어 있어 영화 속 감성을 느끼며 추억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since 1908 근대 이후
가장 오래된 건축물 호남관세박물관(구 군산세관)
1908년에 건립된 호남관세박물관(구 군산세관)은 일본 근대 건축의 특징을 담고 있는 곳으로 군산 시간여행을 상징하는 건물이기도 하다. 가장 오래된 근대건축물 톱10 내에 들지만, 더 중요한 것은 건축양식으로 서울역사, 한국은행 본관과 함께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서양 고전주의 3대 건축물 중 하나다. 지붕은 고딕 양식, 창문은 로마네스크 양식, 현관의 처마는 영국의 건축양식으로 되어있어 유럽의 다양한 건축양식이 조화를 이루는 독특한 외관을 자랑한다. 박물관 내부에는 조선시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다양한 세무 관련 유물과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어, 세금 징수 방식부터 세무 행정의 발전 과정 등을 세세히 살펴볼 수 있다. 박물관 내 전시 내용도 좋지만 고풍스러운 외관만으로도 방문할 가치가 충분한 이곳을 천천히 둘러보길 권한다.

거꾸로 걷는 시간 근대역사박물관
근대 산업화의 중심지였던 군산항은 교역이 활발히 이루어지던 곳이다. 군산근대역사박물관에는 근대 한국 역사에서 중요한 인물과 사건을 중심으로 주목할 만한 전시를 꾸준히 열고 있다. 일제강점기와 근대 산업화 시대의 생활상, 산업, 정치,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출토된 유물들을 전시하여 생생하게 시대상을 전달하고 있다. 진포해양테마공원, 근대미술관 등 인근 명소들과 연계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거꾸로 걷는 듯한 시간여행을 즐길 수 있다. 박물관 투어와 함께 근대거리를 산책하는 것으로 고군산 시간여행코스를 마무리한다.
*65세 이상 무료 입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