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턴>은 은퇴한 벤과 청년 CEO 줄스가 서로의 방식에 물들어가는 과정을 그린다. 고령자 일자리가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시대, 벤의 복귀는 곧 현실이 되었다. 노후소득을 늘릴 수 있는 임의계속가입과 추납제도는, 일하는 노인의 삶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 일과 연금이 교차하는 지금, <인턴>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영화 속 ‘시니어 인턴’, 현실이 되다
모든 영화는 시간이 지나면 진부해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주제도, 소재도 낡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히려 익숙해지는 영화도 있다. 개봉 당시 시대를 앞선 영화들이다. 딸 같은 30세 여성 최고경영자(CEO)와 할아버지 같은 70세 인턴. 낸시 마이어스 감독의 영화 <인턴>이 2015년 개봉했을 때 이는 꽤나 흥미로운 소재였다. 은퇴 후에 인턴을 한다는 것은 고령자의 노동이 연장된다고는 해도 아직은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그림이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2025년. 주유소와 편의점, 카페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고령자를 보는 게 낯설지 않게 됐다. 시니어 인턴 프로그램은 더 이상 비현실적인 소재가 아니다. 저출산에 고령화가 겹치면서 노동력이 부족해지자 고령자의 경험을 활용해 생산성을 끌어올리려는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줄스와 벤,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다
30대 여성 줄스(앤 해서웨이)는 온라인 의류 쇼핑몰 회사 ‘어바웃더핏’의 대표다. 전업주부였던 그녀는 자신이 직접 옷을 입고 착용 후기를 남기던 아이디어 하나로 창업해, 18개월 만에 회사를 100배 이상 키웠다. 직원은 25명에서 인턴 포함 220명으로 늘었고, 젊은 팀은 활기차고 패기 넘쳤다. 하지만 급성장한 조직에는 경험 부족에서 오는 갈등이 곳곳에서 생겨났다. 내부 조율은 쉽지 않았고, 사내 경쟁은 가정의 갈등으로도 이어졌다.
이때 인사팀은 새로운 실험을 제안한다. 조직 안의 소통과 균형을 위해, 경륜 있는 고령자를 인턴으로 채용하자는 것이다. 지역 사회의 요구도 있었고, 시니어 인턴 프로그램은 그렇게 도입됐다. 줄스는 처음엔 반대했다. 노인은 일처리가 느리고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사담당자는 말한다. “평생 경험을 지닌 인턴을 상상해보세요.”
벤은 전화번호부 회사에서 40년을 일한 뒤 부사장으로 은퇴했다. 이후 여행을 다니며 여유로운 삶을 보냈지만, 어느 순간 공허함에 시달렸다. 그러던 중 우연히 ‘시니어 인턴 모집’ 전단지를 보게 된다. 근무 기간은 6주, 자격은 65세 이상. “팔소매 걷고 일할 자세가 되어 있다면 환영합니다.” 줄스와 벤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된다.
처음엔 거리감이 컸다. 줄스에게 벤은 일의 효율을 떨어뜨리는 불편한 존재였고, 벤에게 줄스는 차갑고 바쁜 상사일 뿐이었다. 하지만 회사 안팎의 문제들이 쌓이기 시작하면서 벤의 존재가 달리 보이기 시작한다. 벤은 40년 직장 생활의 내공으로 위기 상황에서 침착하게 대응하고, 직원들의 마음을 읽는 따뜻한 태도로 동료들의 신뢰를 얻는다. 줄스 역시 차츰 그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다. 직장에서의 갈등뿐 아니라, 사적인 문제까지 털어놓게 된 줄스는 결국 벤의 조용한 지지 속에서 다시 균형을 되찾는다. 어느새 벤은 조직 안에서 없어서는 안 될 인물, 모두가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동료가 되어 있었다.

고령자 일자리, 왜 필요한가
고령화 시대, 기대여명이 점점 길어진다. 고령자 일자리는 청년 일자리만큼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은퇴 이후 수입이 끊기면 금세 빈곤해지고, 그 부분을 복지로 메워야 해 정부의 재정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소득하위 70%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은 2025년 정부 재정에서 약 27조 원이 지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기초연금 선정방식 개편 방향’ 보고서를 보면 현행 기초연금제도를 유지할 경우 지출액은 2050년 46조 원 규모로 증가할 수 있다. 2024년 993만 명이었던 고령 인구가 2050년에는 1,900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최근 모수개혁 중심의 연금개혁을 통해 2026년부터 내는 돈(보험료율)은 9%에서 13%로 0.5%씩 8년간 단계적으로 인상되고, 소득대체율은 현재 41.5%에서 43%로 상향된다. 더 많이 내고 더 많이 받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과거처럼 소득대체율 60~70% 적용은 어렵기 때문에 300만 원 수령은 사실상 어려운 상태다. 관건은 ‘얼마나 오래, 얼마나 많이’ 보험료를 내느냐에 달려 있다.
이런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고령자 일자리다. 노동을 통한 수입이 발생하면 기초연금 등 정부의 복지지출이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 또 일을 계속하면 육체적, 정신적인 건강 상태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돼 건강보험재정도 절감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고령자들의 경험을 적재적소에 잘 활용할 경우 노동생산성이 높아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일하는 노인을 위한 선택지,
임의계속가입과 추납제도
0세 이후에도 소득이 있다면 국민연금을 수령할 때 잇점이 생길 수 있다. 임의계속가입을 통해 향후 노령연금의 수급액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의무가입 상한연령은 60세다. 만 60세 생일이 지나서 퇴직하는 사람은 더 이상 보험료를 납부할 필요가 없다. 60세까지 최소가입기간 10년(120개월)을 채우면 65세(1969년생 이후 기준)부터 노령연금이 지급된다. 그러니까 5년간의 공백기간이 생긴다. 하지만 이 기간에도 원한다면 추가적으로 보험료를 납입할 수 있다. 60세 이상 65세 미만으로 국민연금 가입 이력이 있는 사람이면 추가적으로 국민연금료를 더 낼 수 있다. 노령연금 수급 전 가입 기간을 더 늘려 연금 수령액을 높이거나 최소 가입기간(10년)을 충족하기 위해서다. 이를 국민연금 임의계속가입 제도라고 한다.
임의계속가입자의 국민연금 보험료는 일반 사업장가입자와 달리, 일정한 기준에 따라 별도로 산정된다. 우선, 보험료는 가입자의 소득월액에 보험료율(2025년 기준 9%)을 곱해 산출한다. 소득 자료가 있는 임의계속가입자는 신고한 소득에 따라 보험료가 산정되고, 소득자료가 없는 경우에는 전체 지역가입자의 소득 중위수를 기준으로 보험료가 부과된다.
소득 중위수란, 모든 지역가입자의 소득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간에 위치한 사람의 소득을 의미한다. 2025년 6월까지 적용되는 소득 중위수는 100만 원이며, 이에 보험료율 9%를 적용하면 월 9만 원이 산정된다. 이 금액은 소득 자료가 없는 임의계속가입자가 부담해야 하는 최소 보험료로, 실제 소득이 이보다 낮더라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한편, 납부할 수 있는 최대 보험료는 기준소득월액 상한선을 기준으로 결정된다. 2025년 6월 말까지 기준소득월액 상한은 617만 원으로, 이 경우 최대 납부액은 월 55만 5,300원이다. 2025년 7월부터는 기준소득월액 상한이 637만 원으로 조정되며, 이에 따른 최대 보험료는 월 57만 3,300원까지 가능하다.
만약 60세 이후에도 동일한 사업장에서 근무하면서 임의계속가입을 할 경우 실제 근로소득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계산하되 전액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기업은 국민연금의무가입 연령이 지났으므로 직원의 국민연금을 부담할 의무가 사라진다.
다만 가입제한이 있다. 연금을 이미 받고 있거나, 반환일시금을 수령한 경우는 임의계속가입을 신청할 수 없다. 기존에 보험료를 단 한 번도 납입하지 않았거나 전부 납부 예외자인 경우도 임의계속가입 대상자가 아니다. 임의계속가입은 65세가 되기 전 본인이 원할 때 언제든 탈퇴가 가능하다. 또 사망, 국적 상실 또는 국외 이주, 6개월 이상 보험료 미납, 타 공적연금 가입 시에는 임의계속가입 자격이 상실된다.
60세가 되지 않더라도 추가로 그간 납부하지 못한 국민연금료를 낼 수 있다. 국민연금 추납(추가납입)제도는 실직, 사업중단, 경력 절단 등의 이유로 국민연금을 내지 못한 기간의 보험료를 내 국민연금 가입 인정 기간을 늘리는 제도다. 추납 보험료는 전액을 일시에 납부할 수 있지만, 금액이 클 경우 분할 납부할 수 있다. 추납 보험료는 추납 신청 당시의 연금 보험료에 추납하고자 하는 월수를 곱한 금액으로 부과된다. 추납은 무한정 허용되지 않고 최대 119개월까지 신청할 수 있다. 추납 보험료 납부는 월 단위 최대 60회 분할이 가능하다.
국민연금은 다른 사적연금에 비해 수익률이 높아 임의계속가입, 추납 등을 통해 추후 수급액을 높일 것을 전문가들은 권장한다.


누가?
60세가 넘었지만 국민연금 가입
이력이 있는 사람
왜?
65세 전까지 자발적으로 보험료
를 더 낼 수 있어요
얼마나?
매달 최소 약 9만 원(소득자료 없
는 경우)부터 최대 55만 5,300원
까지 가능(2025. 7월 이후 57만
3,300원까지 가능)
주의할 점은?
이미 연금을 받고 있다면 가입할
수 없어요

누가?
실직, 경력단절 등으로 과거 연금
을 내지 못했던 사람
왜?
가입 기간을 늘리면 연금 수령액
도 늘어나니까요
얼마나?
최대 119개월치까지 신청 가능
어떻게?
한 번에 내도 되고, 60개월(5년)
까지 나눠 낼 수도 있어요
Tip. 두 제도 모두 국민연금 수령액을
늘릴 수 있는 좋은 기회!
일자리와 연금 사이,
우리가 서 있는 줄 위에서
영화 <인턴>은 서구보다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에서 더 흥행했다. 한일 등은 노인을 공경하는 유교문화권에다 노령인구의 급속한 증가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국가라는 공통점이 있다. 호봉제, 완전고용에 익숙하고 인턴 같은 단기 일자리가 낯설다는 것도 비슷하다. 세대 간 갈등 가능성을 간과했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 것은 저출산·고령화에 직면한 우리 사회에 해법의 작은 실마리를 던져 줬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줄스와 벤이 함께 공원에서 태극권을 하는 장면에서 영화가 끝맺는 것도 세대 간 융합을 의도한 연출로 보인다.
고령자에 대한 적절한 일자리 제공은 각종 공적연금의 부담을 낮추고, 생산성을 높이는 묘안이 될 수 있다. 반면 과도하다면 청년 일자리를 잠식해 오히려 미래세대에 부담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영화 <인턴>은 그 절묘한 외줄을 걷고 있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