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감성 여행 코스
푸른 바다와 시원한 바람, 짙은 현무암에 부딪치는 파도 소리조차 그리움으로 기억되는 곳. 제주는 자연이 만든 거대한 화폭이다. 이전과는 다른 제주의 매력을 발견하고 싶은 이들을 위해, 예술을 만나는 제주 감성 여행 코스를 골라왔다.
섬의 자화상 제주도립미술관
“돌하르방의 덤덤하고 세련되지 못한 선이나 형태가 매력이다. 초원이 펼쳐진 노을을 배경으로 우뚝 서 있는 하르방을 대하게 되면 마치 자상했던 그 마부가 고향 뒷산 길에서 다가오는 것만 같다.”
가장 제주다운 미술관이라 불리는 제주도립미술관에서 현재 상설전시 중인 <남국일기> 상설전의 주인공 장리석 화가는 제주의 풍경을 구원이라 여겼다. 종이조차 구하기 어려웠던 시절에도 작업에 열중하며 제주도에 대한 사랑과 찬미를 작품 중심에 놓았던 화가 장리석. 작품마다 이름은 다르지만 어떤 의미에서 그의 모든 작품들은 ‘제주도 찬가’라고 불릴 만큼 제주 본연의 색채를 담고자 노력했다.
그가 얼마나 뜨거운 마음으로 제주를 품었는지를 알기에 제주도립미술관에는 장리석기념관이 조성되어 있고, 우리는 그곳에서 화가의 붓끝에서 다시 살아난 제주의 풍경을 아름다운 작품으로 마주할 수 있다. 제주의 말, 해녀, 풍물에서 받았던 인상을 건실한 화면과 풍부한 색채로 구현해 낸 작품들은 제주도립미술관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감동을 선사한다.
제주도립미술관
옛 서커스장의 재탄생 노형수퍼마켙
물건을 판매하는 슈퍼가 아닌 미디어 아트를 만나는 공간, 노형수퍼마켙. 옛 서커스장이 미디어 아트 전시장으로 재탄생하면서 6층 건물 높이에 해당하는 20미터 높이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만들었다. 마켓에 가듯 사소한 일상이 이곳 ‘노형수퍼마켙’에 들어서는 순간 새로운 공간으로 거듭난다는 설정 아래 다양하고 이색적인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복고 감성을 되살리기 위해 과거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수퍼마켙’이란 오자 표기를 그대로 활용했으며 흑백의 건물과 입구로 호기심을 자극한다.
하지만 전시장 내부로 들어서는 순간 다채롭고 화려한 색채의 미디어 아트가 펼쳐져 바깥 세계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감동을 체험할 수 있다. 미술과 음악을 결합한 미디어 아트가 벽면부터 바닥까지 공간 전체를 수놓으며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곳. 노형수퍼마켙에서는 무한한 차원을 넘나드는 예술적 경험과 색다른 감동을 체험할 수 있다.
노형수퍼마켙
제주시 광령리에 위치한 윈드스톤은 60여 년 된 전통 가옥을 개조해 만든 북카페다. 아담한 카페와 허브 향기가 가득한 마당이 바로 옆 시골 초등학교 담장과 어우러져 순수한 풍경을 완성한다. 아몬드의 고소한 맛이 느껴지는 아몬드 라떼가 대표 메뉴며, 대형 서점과는 달리 카페 주인의 독서 취향이 담긴 책들을 판매하고 있어 더욱 정겹다. 카페 방문 후 길 건너편 제주 돌담길을 걸으며 섬 마을의 정취를 느껴보는 것도 좋다.
북카페 윈드스톤
한라산 소주 그림 원화의 작가 김택화미술관
제주 여행길에서 한 번쯤 마주한 한라산소주 라벨 속 푸른 한라산 그림. 그 원화를 그린 주인공이 바로 제주 화가 김택화이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그는 40년 동안 제주의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을 화폭에 담아냈다.
그의 예술 세계와 삶의 여정을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김택화미술관이다. 2019년 개관한 이곳에 들어서면, 마치 화백이 그림을 그리다 잠깐 자리를 비운 듯하다. 의자에 걸린 외투와 이젤 위 그림이 어우러져 살아 있는 듯한 생생한 작업실의 모습이 느껴진다. 미술관에는 한국 근현대사와 제주인의 정서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작품들이 가득하다. 전시 감상을 마친 뒤에는 아담한 카페 공간에서 차를 마시며 여유롭게 머물 수도 있다. 또한, 아트클래스를 운영하고 있어 한라산 작품을 직접 그리며 화가가 되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김택화 화가의 작품도 보고 미술관을 나서면 인근에 있는 올레길 19코스를 걸으며 화가가 바라봤던 고즈넉한 제주의 풍경을 직접 만날 수 있다.
김택화미술관
짧지만 깊었던 제주와의 인연 이중섭 거리
한국전쟁 당시 가족과 함께 서귀포에서 피난 생활을 하며 많은 작품을 남긴 화가 이중섭. 그의 거처가 있던 제주 서귀동 일대 약 360미터 구간은 ‘이중섭 거리’로 조성되어 문화예술의 중심지가 되었다.
이중섭 거리에는 카페, 수공예 상점 사이 곳곳에 이중섭의 작품을 형상화한 조형물과 벽화 그림 등이 있어 걷는 것만으로도 이중섭의 작품 세계를 느낄 수 있다. 또한 주말이면 차 없는 거리를 운영해 아트 마켓이나 소규모 공연, 전시 등의 문화행사를 열기도 한다. 또한 서귀포 매일 올레 시장까지 도보 10분 내외로 접근 가능해 예술 산책 후 제주 토속 음식을 맛보기도 좋은 곳이다.
가족과 함께 제주 서귀포에 머물던 짧은 시간 동안 그린 작품들은 ‘서귀포 풍경’, ‘아이들과 소’와 같은 명작으로 남았다. 이중섭 거리에는 이중섭미술관 창작스튜디오도 있는데 이곳에서는 전통적인 한국미와 민족적 감성을 결합한 화가의 독창적인 화풍을 만날 수 있다.
이중섭 거리
함덕에 자리잡고 있는 작은 책방, 만춘서점. 삼각형 모양의 아담한 흰색 건물이 눈에 띄는 곳이다. 이 책방은 야자수를 배경으로 page 1의 하얀 건물과 page 2의 붉은 벽돌 건물이 어우러진 매력적인 외관을 그리고 있다. 그리 큰 서점은 아니지만 서점 주인의 취향이 가득 담긴 좋은 책들이 진열되어 있고, 책과 함께 LP, 굿즈, 팬시 등 다양한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창가의 테이블에 앉아 가볍게 독서를 즐길 수 있고, 날씨가 좋으면 서점 앞 마당 벤치에서 여유롭게 책을 읽을 수도 있다.
만춘서점
제주의 별을 품은 언덕 새별오름
제주의 아름다운 오름 중 하나로 손꼽히는 새별오름은 ‘별이 새겨진 언덕’이라는 뜻이 담긴 이름답게 밤이면 더욱 반짝이는 곳이다. 제주의 오름 가운데 중간 정도 규모로 분화구 둘레가 넓으며 정상에 오르면 제주의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일몰 명소로 해질 무렵에 오르면 노을과 짙어지는 별빛까지 한 번에 즐길 수 있다.
또한, 가을이면 명실상부한 억새의 ‘일번지’로 불리기도 한다. 가을 억새가 오름 전체를 은빛으로 물들여 바람에 따라 흔들리는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정상까지 20분 남짓 소요되는 비교적 완만한 코스로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없이 산책하듯 오를 수 있어 제주에서만 만들 수 있는 추억을 담아갈 수 있다.
새별오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