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VOL.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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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시네마 | write.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에디터

언젠가는 아무것도 기억을 못할지라도

영화 <장수상회>와
노령연금 대리 청구

영화 <장수상회>는 까칠한 노인 성칠과 따뜻한 이웃 금님의 만남을 그린다. 그러나 서서히 기억을 잃어가는 치매라는 현실이 둘 사이를 가른다. 연금을 신청하거나 받는 것조차 어려워지는 상황, ‘노령연금 대리 청구’ 제도는 그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작은 장치다. 노화와 돌봄이 일상이 된 지금, <장수상회>는 여전히 유효한 이야기다.

영화 <장수상회>,
막핀꽃처럼 피어난 노년의 사랑

강제규 감독의 ‘첫 번째 러브 스토리’인 <장수상회>는 ‘잊혀진 사랑, 아름다운 기억’에 대한 영화다. 봄꽃이 가을에 다시 핀 ‘막핀꽃’ 같이 보이는 만남. 그러나 여기엔 아픈 진실이 숨어있다.

동네 터줏대감인 독거노인 성칠은 성격이 고약하다. 갓 이사 온 이웃에게 길 막힌다며 ‘버럭’ 화를 내고, 좁은 골목길을 지나는 트럭을 심술궂게 막아선다. 언제나 퉁명스럽고 까칠한, 불편한 이웃이다. 그런 성칠 앞에 고운 외모의 금님이 나타난다. 다짜고짜 저녁을 사라는 금님. 성칠은 ‘뭐 이런 할멈이 있나’라고 당혹스러워 하면서도 싫지 않다. 뒤늦은 그레이 로맨스가 시작되는 것일까.

성칠과 금님이 따스한 봄날 같은 나날을 보내던 중 성칠은 금님과의 약속을 잊어버리는 일이 발생하고, 자신에게 무언가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지 본능적으로 불안감을 느낀다. 어느날 금님이 병원에 실려가고 그곳에서 금님이 사실 자신의 아내라는 충격적인 진실을 알게된다. 성칠은 이미 오래전부터 치매를 앓고 있었고, 가족들조차 제대로 알아보지 못 하는 상태였다. ‘나는 전두엽 변이성 알츠하이머, 흔히 치매라고 하는 병에 걸렸다. 나는 매일 뭔가를 잊어가고 있다. 그래서 언젠가는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성칠은 담담하게 자신의 일기를 적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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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잊혀 가는 나를 마주하다

사람은 누구나 늙는다. 머리는 희끗해지다 빠지고, 이마의 주름은 물결을 이루다 계곡이 된다. 서서히 까먹는 것이 많아지고, 옛 기억은 하나씩 흐릿해진다.

노년에 찾아오는 가장 지독하고 잔인한 병 중에 ‘치매’가 있다. 치매란 정상적으로 생활하던 사람이 후천적인 원인으로 인해 기억력을 비롯한 여러 가지 인지 기능 장애가 나타나 일상생활을 혼자 하기 어려운 정도로 심한 영향을 주는 상태를 말한다. 알츠하이머병, 혈관성 치매, 루이체 치매, 전두측두엽 치매 등이 치매를 유발하는 질환들이다.

치매가 깊어지면 돌봄과 함께 경제적 부담도 커진다. 노년기에 필요한 생활비를 보탤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사회적 장치가 바로 노령연금이다. 노령연금은 국민연금에 10년 이상 가입한 사람이 정해진 연령(현재 만 63세, 2033년 이후 만 65세)에 도달했을 때 평생 동안 매월 지급받는 종신연금이다. 연금액은 가입 기간, 납부 보험료, 전체 가입자의 평균소득을 반영해 산정되며, 오래 가입할수록, 또 더 많이 낼수록 더 많이 받는다. 2025년 5월 기준으로 월평균 수급액은 약 67만 원으로, 노후 생활의 최소한을 보장하는 사회보험 성격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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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령연금 대리 청구,
치매 환자를 위한 경제적 안전망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치매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치매센터(www.nid.or.kr)에 따르면 2024년 기준 60세 이상 전국의 추정 치매 환자 수는 95만4,700명으로 100만 명에 육박한다. 추정 치매 유병률은 6.76%로 60세 이상 노인 100명 중 7명 정도가 앓고 있다. 추정 치매환자의 절반은 80대 이상이다. 하지만 60대 환자도 20%나 된다.

치매가 고약한 것은 돌봄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주변사람을 알아보지 못하고, 행동마저 공격적으로 바뀌니 돌봄의 난이도가 높다. 간병인 등을 쓰다 보면 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2023년 치매 실태조사 자료를 보면 1인당 치매관리비용은 2,699만 원에 달한다. 사회전체적으로는 25조7,755억 원의 비용이 발생했다.

돈 들 일이 많은 치매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국민연금은 경제적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는 수단이다. 문제는 수령이다. 중증치매에 걸려 연금을 신청할 수 없는 상태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국민연금법에 따르면 국민연금 급여는 수급권자의 청구에 따라 공단이 지급하며 급여의 청구는 수급권자 본인이 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수급권자가 치매 등으로 인해 직접 급여를 청구할 수 없는 의식상태에 있다면 예외적으로 급여 청구에 관한 권한을 위임받은 법정대리인(성년후견인)이 급여를 청구할 수 있다. 만약 법정대리인이 없다면 수급권자를 실제 보호하고 있는 일정 범위의 친족이 급여를 대리 청구할 수 있다. 대리 청구가 가능한 친족으로는 배우자, 직계혈족 또는 3촌 이내 방계혈족이다. 다만 실제보호자가 급여를 대리 청구할 경우 국민연금공단은 그 대리인의 적정성을 정기적으로 엄격하게 확인한다. 적정성이란 ①법정 대리인의 존재 여부 ②수급권자의 의식상태 ③실제 보호 여부 등이다.

급여를 대리 청구할 때는 대리인임을 입증하기 위한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법정대리인의 경우 후견등기사항 증명서가, 실제보호자의 경우 후견등기사항 부존재 증명서, 의사 진단서, 가족관계증명서류, 실제 보호관계 입증 서류 등이 필요하다. 연금을 받던 중 치매가 심해져 인지능력이 없어진 경우에는 어떨까. 이때도 급여 청구 때와 마찬가지로 법정대리인 또는 실제보호자에 의한 계좌 변경 신고가 가능하다. 대리인 입증 서류 역시 급여 청구 시와 동일하다.

노후와 치매로 인한 경제적 부담은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큰 어려움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럴 때, 노령연금 대리 청구는 중요한 경제적 안전망이 되어 준다. 이를 통해 경제적 안정을 확보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보다 평화롭고 안정적인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임의계속가입 관련 이미지 03

성칠처럼 치매로
연금 받기 어렵다면?
노령연금
청구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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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받을 수 있나요?

  • 국민연금에 10년 이상 가입한 사람
  • 정해진 연령(현재 만 63세, 2033년 이후 만 65세)에 도달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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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받을 수 있나요?

  • 가입 기간, 납부 보험료, 평균 소득 등을 기준으로 산정
  • 평생 매월 지급되는 종신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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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받을 수 있나요?

  • 연금 개시 연령이 되면 본인이 청구해야 수령 가능
  • 청구하지 않으면 지급되지 않으며, 소멸시효(5년) 이후는 소급 청구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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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신청하나요?

  • 국민연금공단 지사 방문, 우편, 팩스, 인터넷 청구 가능
  • 필요 서류: 노령연금 지급청구서, 신분증, 본인 명의 계좌, 가족관계증명서(필요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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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령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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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령연금은 본인 계좌 지급이 원칙입니다.
  • 치매·질병·해외 체류 등으로 직접 청구가 어렵다면, 가족이 대리 청구할 수 있습니다.
  • 지급은 본인 계좌로 이뤄지며, 계좌 관리가 불가능할 경우에는 성년후견인 제도를 통해 가족이 대신 관리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