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VOL.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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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레시피 | write. 편집실 illustration. 강영지

청옥의 속살,
겨울을 품다

대만 국립고궁박물원의 ‘취옥백채’와
오늘의 ‘배추찜’

겨울의 식탁 위에 놓인 배추 한 장, 그리고 19세기 옥 속에 새겨진 배추 한 포기. 대만 국립고궁박물원의 소장품인 ‘취옥백채(翠玉白菜)’는 단순한 채소 조형을 넘어, 생명과 풍요를 상징하는 중요한 유물로 사랑받아왔다. 정교한 옥조각을 통해 배추가 지닌 역사와 의미를 되새기며, 오늘날 겨울철 따뜻한 식탁위 ‘배추찜’ 한 접시로 이어지는 풍경을 함께 그려본다.

옥 속에 깃든 생명의 상징,
취옥백채

차가운 옥에서 피어난 연한 배추 한 포기. ‘취옥백채’는 19세기 청나라 말기에 제작된 소형 옥조각으로, 길이 약 19cm. 흰색과 연녹색이 섞인 청옥의 색을 활용해 배추의 줄기와 잎을 표현했다. 가까이서 보면 잎맥 하나하나가 실물처럼 섬세하게 말려 있어 실제 채소보다도 더 생동감 넘치며, 그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앉은 다산과 번영의 상징 여치와 메뚜기는 마치 생명력까지 전달하는 듯하다.

‘취옥백채’는 단순히 솜씨를 뽐내기 위한 조각이 아니다. 일상 속 식재료에 담긴 풍요와 생명, 그리고 삶의 의미를 하나의 예술로 풀어낸 결과물이다. 단단한 광물에서 시작된 형상이지만, 그 안에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정의 결이 살아 있다.

청자 참외모양 병 이미지

땅에서 피어난 지혜,
배추의 역사

배추는 오늘날 익숙한 채소지만, 그 기원은 중앙아시아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중국을 거쳐 한반도에 전해졌고, 삼국시대부터 자생적으로 재배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초기에는 채소라기보다는 약재에 가까운 취급을 받았다. 중국의 『신농본초경』이나 조선의 『향약집성방』에는 배추가 체기를 다스리고 열을 내리는 약초로 기록되어 있다.

조선 후기에는 김장 문화가 본격적으로 정착되며, 『증보산림경제』와 같은 농서에 배추의 재배법, 수확 시기, 절임과 저장 방식까지 상세히 기록되어 있을 정도로 배추는 단순한 채소를 넘어 겨울을 나기 위한 중요한 저장 식재료로 자리 잡게 된다.

왕실에서도 배추는 귀한 식재료였다. 조선의 정조는 평소 음식에서 자극적인 것을 삼갔고, 아침상에는 새우젓을 곁들인 배추국을 즐겨 먹었다는 기록이 『정조실록』에 전한다. 정조는 “자극 없는 음식이 몸을 살린다”고 말하며 몸을 다스리는 데에 있어 배추 같은 순한 채소를 높이 평가했다.

겨울의 정수,
배추가 건네는 위로

배추는 겨울철 식탁에서 가장 흔하지만, 가장 든든한 재료다. 수분과 식이섬유가 풍부해 속을 부드럽게 달래주고, 비타민 C는 면역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칼슘과 칼륨도 함유되어 있어 혈압 조절과 뼈 건강에도 이롭다. 열량이 낮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으며, 특히 기름지고 무거운 겨울 음식 사이에서 배추는 산뜻한 균형을 만들어주는 고마운 채소다.

배추의 진가는 조리법을 가리지 않고 드러난다. 찌고, 삶고, 부치고, 절이면 각기 다른 식감과 풍미가 살아난다. 그 부드러움과 단맛은 자극 없이 몸을 덥히고, 자연스레 마음까지 편안하게 한다. 이렇게 배추는 단순한 제철 채소가 아니라, 계절을 견디는 우리의 방식을 함께 담아내는 식재료다.

그래서일까. 배추 한 장을 찢고, 물기를 닦고, 불 위에 올리는 그 과정은 소박하지만 깊은 위로가 된다. 오늘 우리는 배추로 겨울을 견디고, 그 속에서 따뜻함을 다시 배운다.

배추, 이렇게 고르세요!
색
속이 단단하고 묵직할수록 신선하고 당도가 높다.
모양
겉잎은 진한 초록빛, 속은 연노란색일수록 맛이 깊다.
소리
줄기가 촘촘하고 벌어지지 않은 것이 좋다.
배추, 이렇게 손질하세요!
냉장고 사진
겉잎은 떼어내고, 속잎을 한 장씩 조심스럽게 분리한다.
실온보관 사진
물에 오래 담그기보다 흐르는 물에 짧게 씻는 것이 아삭함을 유지하는 비결.
밀폐용기 사진
너무 두껍거나 질긴 잎은 데쳐 쓰면 부드러운 식감으로 즐길 수 있다.
완성된 요리 그림 재료
알배추 1통(4등분), 파프리카(빨강·노랑), 오이고추 1개, 대파 약간, 마늘 2쪽 [양념장] 간장 2T, 설탕1T, 고추기름 2T, 식초 1/2컵, 물 1/3컵 참외 1개, 올리브 오일 1T, 소금 한 꼬집, 후추 한 꼬집, 딜 5g, 핑크페퍼 약간 [양념장] 간장 2T, 설탕1T, 고추기름 2T, 식초 1/2컵, 물 1/3컵
도마 칼
1. 파프리카, 오이고추, 대파, 마늘을 씹는 식감이 생긴 정도로 다진다. 1. 파프리카, 오이고추, 대파, 마늘을 씹는 식감이 생긴 정도로 다진다.
물 1/3컵 식초 1T 굴소스 1T 간장 2T 설탕 1T 고추기름 담아지는 통 고추가루 다진마늘 식용유 전자레인지 체
2. 다진 채소와 마늘을 양념재료와 고루 섞는다. [Tip] 고추기름은 식용유에 고춧가루와 다진 마늘을 넣고 전자레인지에서 1분, 30초, 30초 총 세 번 나눠 돌린 뒤 체에 걸러주면 쉽게 만들 수 있다. 2. 다진 채소와 마늘을 양념재료와 고루 섞는다. [Tip] 고추기름은 식용유에 고춧가루와 다진 마늘을 넣고 전자레인지에서 1분, 30초, 30초 총 세 번 나눠 돌린 뒤 체에 걸러주면 쉽게 만들 수 있다.
연기1 연기2 연기3 알배추를 찐 모습
3. 알배추는 4등분하여 찜기에 넣고, 김이 오른 후 10~15분간 찐다. [Tip] 소고기나 우삼겹을 배추 사이에 넣어 함께 찌면 풍미가 더 깊어진다. 3. 알배추는 4등분하여 찜기에 넣고, 김이 오른 후 10~15분간 찐다. [Tip] 소고기나 우삼겹을 배추 사이에 넣어 함께 찌면 풍미가 더 깊어진다.
만든 양념장 찐배추 담은 접시
4. 쩌낸 배추를 접시에 담고 미리만든 양념장을 끼얹어 마무리한다. 4. 쩌낸 배추를 접시에 담고 미리만든 양념장을 끼얹어 마무리한다.